2차 세계 대전 당시 처참했던 유대인 학살 사건 ‘홀로코스트’, 그리고 숨겨졌던 잔인한 나치의 만행을 낱낱이 고발하는 회고록’나이트’는 실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수감자였던 유대인 엘리 위젤에 의해 쓰여졌다. 어머니, 동생, 아버지를 비롯한 사랑하는 가족을 수용소에서 모두 잃은 그는 그곳에서 한때 절망하여 자신의 마지막 지탱이 되었던 신앙마저 읽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이 책이 결코 픽션이 아닌, 수감되어 있었던 기간 동안 실제로 행해진 모든 일들을 적은 기록이라 밝혔다. 다시 회상하기 싫은, 돌이킬 수 없는 모든 일들이 행해진 그곳에 대한 기록을 엘리 위젤은 어떻게 남겼을까.
현재 헝가리에 합병된 작은 나라 트란실바니아의 마을 ‘시겟’ 에서 태어난 위젤은 신앙심 깊은 어린 유대인 소년이었다. 아버지 클로모, 어머니 사라, 동생 베아트리스, 지포라, 그리고 힐다와 함께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행복하던 삶을 살던 위젤의 어린 시절은 나치가 헝가리를 점령하며 끝이 난다. 위젤은 책에서 집을 떠나 ‘유대인 구역’ 으로 분류되어 옮겨질 때까지만 해도 곧 죽음의 수용소로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몇 주 후, 갑작스레 나치 경찰의 명령으로 짐을 싸게 된 그들은, 3일간의 긴 여정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악명 높은 수용소 아우슈비츠를 향한 길을 떠난다. 심지어 이 때까지, 유대인들은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했다. 수용소에 발을 디딘 순간 끔찍한 학살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다면 미리 방지할 수도 있었을 참사였다. 수용소에 도착한 첫날, 모든 유대인들은 성별로 나뉘게 되고, 아버지와 함께 가게 된 위젤은 어머니와 동생들과 이별을 하게 된다. 그 당시 위젤은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아버지를 제외한 위젤의 모든 가족들은 수용소에 입성한 첫 날 가스실 혹은 소각로에서 죽임을 당한다. 위젤은 그의 아버지와 함께 곧 다른 수용소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전쟁에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 일하지 못하는 유대인들은 즉각 죽임을 당했고, 위젤은 수용소 곳곳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에 점점 신앙과 희망을 잃어버린다. 어린 소년이 배고픔에 빵을 훔쳤다는 이유로 교수형을 당하고, 간부의 눈 밖에 나면 시작되는 고문이 반복되는 나날 하에 위젤은 수용소에서 일 년을 가까스로 버틴다. 그의 아버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병으로 사망하고 만다. 혼자 남은 위젤이 절망하는 사이, 곧 연합군이 수용소를 점령하며 모든 유대인들이 자유가 되는 장면과 함께 이 이야기는 끝난다.
이 책을 통해 엘리 위젤은 어린 나이에 그가 겪어야 했던 절망, 공포, 그리고 슬픔을 절절히 묘사한다. 책에서 그는 “수감 중, 내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빵 한 쪽과 수프 한 그릇이었다” 라고 밝혔다. 나치 간부가 그의 아버지를 폭행할 때에도 가만히 지켜 보아야 했던 자신의 행동과, 다른 유대인들이 가스실 혹은 소각로로 끌려가는 모습을 돌이켜 보며 어떤 기분일까. 엘리 위젤은 이 책에서 나치를 탓하지도, 비하하지도 않는다. 그는 단지 수용소에서 그가 느꼈던 절망과 공포를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할 뿐이다. 그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바램이 아니었을까. 신세대들에게 이 잔혹한 역사를 생생히 알림으로서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엘리 위젤은 1986년 폭력과 억압, 인종 차별과의 투쟁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으며, ‘나이트’ 외에도 ‘홀로코스트’ 에 대한 수십 권의 책을 집필했다.